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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기자의 논스톱슛]‘심상훈련’ 시도해보길

입력 | 2002-05-10 17:30:00


한국축구사에서 뼈아픈 패배 가운데 하나가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4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였다.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은 94미국월드컵에 출전한 정예 멤버들이 주축을 이뤘고 홈팀 일본을 누르고 준결승에 올라 기세가 등등했다.

상대팀인 우즈베키스탄은 구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객관적인 전력 평가에서 한국에 한수 아래로 꼽혔다. 그러나 경기의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은 압도적인 공격 우위를 보이며 무려 27개의 슈팅을 우즈베키스탄 문전에 퍼부었지만 어떤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고 골문 앞에 버티고 선 수비수를 맞고 튕겨나오는 등골네트를 가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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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슈팅수는 고작 4개. 그중에서도 2개는 허공으로 날아간 볼이었고 골문 근처를 향한 것은 2개뿐. 이중 하나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빠져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망연자실했고 우즈베키스탄의 루스탐 아크라모프 감독은 “우리는 한국을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로 생각하고 충분히 연구했다”며 “수비에 주력하면서 한국선수들의 힘을 뺀게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14골을 기록해 월드컵 역사상 개인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고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507경기에서 405골을 넣은 ‘폭격기’ 게르트 뮐러는 그가 골을 잘 넣는 이유에 대해 “재치과 결단력이 남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재치와 결단력이라고 하는 것은 한 나라의 대표선수라면 기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볼 때 골문 앞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골결정력에 중대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뮐러를 비롯한 유명한 골잡이들은 평소 잠자기전에도 눈을 감고 골문에서의 여러 가지 상황을 그려보며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심상(心象)훈련’이다. 우리 대표팀의 골잡이들도 이 훈련을 한번 해봤으면 한다. 잠자기전 침대에 누워 우리의 상대인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의 수비수들을 떠올려보고 이런 저런 상황을 가정하면서 골을 넣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이제는 꿈에서도 월드컵만을 생각해야할 때이기 때문이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