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眞棒·잘한다)!”
7일 오후 9시경 중국 선양에서 벌어진 중국과 오만의 2002년 월드컵 예선경기에서 전반 37분 중국의 유겐웨이가 선취골을 넣는 순간 TV중계를 지켜보던 화교 2세 류더핑(劉德平·50·서울 양천구 목4동) 집 거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에서 태어나 50년을 살았지만 핏줄은 못 속이나 봅니다. 중국이 승리하니 기분이 이렇게 좋군요.”
추석을 맞아 대만에서 건너온 장인 탕하이칭(唐海淸·85), 장모 왕펑융(王鳳永·72)과 부인 탕위셴(唐玉仙·49) 등 경기를 지켜보던 류씨 가족은 중국이 일방적 게임 끝에 사상 최초로 ‘스제베이(世界杯·월드컵을 이르는 중국말)’에 나가게 되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내년 월드컵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고 류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류씨는 “중국의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려고 홍콩에 사는 조카가 2번이나 표 예매를 부탁했다”며 “내년에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오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크지만 양국 국민이 서로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9년부터 서울 중구 다동에서 중국음식점 ‘초류향(楚遊香)’을 운영하는 류씨. 이미 작고한 류씨의 부모는 70여년 전 우리나라 화교 1세대 대부분이 그렇듯 중국 산둥(山東) 칭다오(靑島)에서 건너왔다.
부인 탕씨는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화교는 화교끼리 결혼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이제 그런 의식은 많이 없어졌다”며 중국의 월드컵 진출을 계기로 화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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