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식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여야 공방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3일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까지 이날 김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신라의 통일, 고려의 통일, 6·25전쟁이 모두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였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은 ‘위험한 역사관’”이라고 공격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대통령의 발언은 참으로 해괴하고 위험스러운 역사관이자 현실인식”이라며 “적화야욕을 통일시도라고 한다면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통일시도로 봐야 한다는 결론 아니냐”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주변에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세력이 포진하고 있는 것인지 국민은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에게 “범죄행위를 통일시도로 미화하는 이런 발언은 남침을 합리화하려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전략과 전술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변하는 논리”라며 “이는 ‘김대중씨’의 사상과 정체를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국헌파괴행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으나 ‘응분의 책임’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박 의원은 말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다수 국민이 의혹과 불안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김 대통령은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발언의 진의를 국민 앞에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6·25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말한 것이 아니라, 무력을 사용하는 통일은 곤란하다는 방법의 측면을 얘기한 것”(오홍근·吳弘根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역사적 상황에 대한 발언 내용을 놓고 한나라당이 치졸하게 말꼬리잡는 식의 공세를 취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대통령의 말뜻은 남북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선 안되며 통일은 반드시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