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발생한 미 공군 중사의 성폭행 사건 수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측이 보여온 뻣뻣한 태도나 미국 눈치를 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했던 일본 정부 태도와는 다르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사건 직후 즉각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외무성과 방위청은 고위간부를 오키나와에 보내 조사에 나섰고 용의자가 밝혀지자 곧바로 미군측에 신병인도를 요구했다.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유감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데 이어 3일 부임한 하워드 베이커 신임 주일대사를 통해 공식으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책임자 얼 헤일스턴 중장은 오키나와현청을 방문해 직접 사과했다.
미일 양국이 이처럼 사건처리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 것은 오키나와 주민의 반미 감정이 위험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 미일 동맹을 각기 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는 양국에게 반미감정 고조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키나와 주민의 미군 철수, 미군 기지 철수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문제는 미국이 용의자인 티모시 우들랜드 중사(24)를 기소 전에 일본 경찰에 넘길지 여부다. 양국은 95년 미군병사가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주일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을 개정했다. 이때 살인 성폭행 등 중범죄 용의자는 기소 전이라도 일본측이 신병인도를 요구하면 미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티모시 중사의 신병이 기소 전에 넘겨진다면 이 조항이 만들어진 후 처음 적용되는 셈이다.
미 국무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용의자를 바로 넘겨야 한다”는 쪽이나 국방부 등 일각에서는 “기소 전 인도는 자칫 인권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신병인도를 거부하면 일본 정부나 오키나와 주민의 반발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커 미국측은 시일을 끌더라도 결국 기소 전에 신병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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