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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쉰세대 '오징어 아저씨' 맞아?

입력 | 2001-06-07 18:48:00


“이거요? 디저털카메라란 겁니다. 필름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으로 전송도 할 수 있죠.”(기자)

“내도 그런 거 하나 있는데…. 그라고 사진 필요하면 내한테 얘기하소. 하드에 많이 넣어놨어요.”(정영수씨)

‘아무리 인터넷 사업을 한다지만 나이 50세에 설마…’하며 방심했던 기자가 한방 얻어맞은 순간이었다. 울릉도 남양동에서 오징어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정영수씨. 마당 겸 작업장을 거쳐 들어간 그의 안방엔 컴퓨터 2대와 스캐너 2대, 디지털 카메라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ADSL 라인으로 자신의 홈페이지(www.ulleungdomall.com)를 보여주던 정씨는 “울릉도 관련 도메인을 한 10개 갖고 있는데 웹호스팅 비용이 만만찮아요”라며 또한번 ‘실력’을 드러내 보였다.

포항에서 쾌속정으로 3시간 거리. 일반인의 발길이 쉽게 닫지않는 그곳에서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울릉도 최초로 마른오징어를 인터넷으로 팔기 시작했다.

정씨가 인터넷에 관심을 가진 것은 98년. 신문과 방송을 유심히 보면서 그는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기왕 하는 것 ‘화끈하게’ 배워보기 위해 대구 대학가에 광고를 냈다. ‘여름방학 동안 울릉도에서 피서도 하고 아르바이트 할 학생구함’이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해온 대학생 2명을 고용해 ‘월급을 줘가며’ 두달간 속성교육을 받았다.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남보다 앞서야 겠다는 마음에 어려워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어느날 인터넷 서핑을 하던 그는 우연히 ‘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되진 않을까’란 생각을 가졌다. 정씨가 초점을 맞춘 것은 물류비. 육지와 멀리 떨어진 울릉도는 운송비용 때문에 이래저래 사업에 불편이 많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소포로 배달을 하면 전국 어디서나 요금이 같습니더. 2500∼3000원만 들면 되니까 훨씬 싸더라꼬요. 중간상이 없으니 시중보다 싸게 팔아도 이익이 더 많고요.”

지난해 무작정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 e메일을 보냈다. 제품 사진을 첨부해서…. 응답이 없으면 또다시 보내기를 반복했다. 결국 옥션에서 사업제의를 해왔다. 그런데 처음 보낸 물건이 불티나게 팔려버렸다. 이후 소문이 퍼져 지금은 거래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10여군데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팔리는 양은 1달에 1000축 정도(1축은 20마리). 전체 판매량의 10% 정도다. 아직까진 젊은층 고객이 많고 실수요자인 주부들은 이용이 적다. 그래도 오징어 판매는지난해보다 10배나 ‘초고속 성장’ 했다. 기자가 “돈 많이 버시네요” 하니 정씨는 “언지요, 마진이 5% 밖에 안되니더”라며 정색을 했다.

이제는 인터넷 도사가 된 정씨지만 요즘들어선 홈페이지 제작을 직접하지 않는다. 자기가 100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할 일을 전문가는 10시간만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주를 주면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훨씬 낫단다. 사업가 기질이 대단해 보인다.

인터넷은 재고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판매하는 오징어는 수량과 크기에 따라 10여종으로 나뉜다. 이것 중 어느 한품목의 재고가 많으면 인터넷을 통해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울릉도 남양 오징어가 좋은 이유는 자갈밭에서 말리기 때문이지요. 습기가 적고 바람도 많이 붑니더. 보이소, 더우니까 파리도 없지요?”

사업가 답게 정씨는 남양 오징어 홍보를 잊지 않았다. 초여름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훔치며 “우리 자식들이 이 사업을가업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뜻있고 보람있는 일 아입니꺼”라며 밝게 웃었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