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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산식물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

입력 | 2001-06-06 18:43:00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남부지방 아고산대에서만 사는 한국 고유종 식물인 구상나무가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북대 산림과학부 박원규 교수와 구경아 연구원,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한라산구상나무의나이테와생장특성을 조사해 최근 한국생태학회지에 ‘한라산 구상나무의 연륜연대학적 연구’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라산 아고산대에 사는 구상나무 54그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나이테 생장 정도를 측정한 결과 조사목의 95%인 51그루에서 생장쇠퇴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44그루는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78년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생장쇠퇴현상이 나타났으며, 31그루는 나이테의 성장이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생장쇠퇴가 매우 극심했다.

연구팀은 원인을 찾기 위해 식물생리를 모방한 모형을 만들어 컴퓨터 실험도 했다. 그 결과 기온의 상승이 구상나무의 생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원규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은 광합성이 증가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추운 기후에 적응된 구상나무 같은 한대성 수목은 기온이 증가되면 증발산이 급격히 증가해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 공급이 부족해지고 따라서 나무의 물수지에 불균형이 발생해 생장이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규 교수는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구상나무의 고사와 생장쇠퇴의 원인을 둘러싸고 그동안 학계에서는 태풍 가뭄 등 여러 가지 가설이 나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 현상이 온난화에 의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90년대에 다른 식물학자들이 지리산, 덕유산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구상나무는 다른 고산수종에 비하여 죽는 개체가 많고, 특히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비해 중하층 산간지대에 사는 구상나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는 한국고유종인 희귀식물로, 생육지가 우리나라 남부지방 1300m 이상 아고산대에 한정되어 있고 개체군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멸종 가능성이 큰 식물로 분류되고 있다.

공우석 교수는 “구상나무는 원래 분비나무에 속하는 북방계 한대성 식물이지만 1만2천년 전에 끝난 빙하기 때 추위를 피해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가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격리된 채 오래 동안 살면서 다른 종으로 분화한 한국 고유의 식물”이라면서 “이들 구상나무가 없어지면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위협을 받고있는 식물은 구상나무뿐만 아니다. 공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흔히 ‘에델바이스’로 불리는 솜다리를 비롯해 돌매화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등 다른 고산식물들도 더워지는 날씨에 쫓겨 생육지가 계속 산 정상부로 좁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키 3㎝의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정상부에서만 사는 극지고산식물인 돌매화나무의 경우 60년대에는 해발 1500m에서도 살았다는 조사기록이 남아있으나 지금은해발1800m 이상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