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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언제 살아나나"…국책-민간 경제硏 보고서

입력 | 2001-05-27 18:53:00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분석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이런 분석은 최근 재정경제부와 청와대 경제팀 등 정부측에서 나온 ‘경기 호전론’과 다소 거리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지표는 괜찮아졌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KDI는 27일 ‘주간 경제동향’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밝혔다.

KDI는 “1·4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7%로 당초 전망한 3.5%를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분기 최종 소비지출은 당초 예상치인 2.4%보다 크게 낮아진 0.4% 증가에 그쳤고 수출단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성장의 질적 내용은 예상보다 부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KDI는 “앞으로 국내 소비수요는 점차 회복되지만 수출은 여전히 얼어붙어 연간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4%대 초반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출은 미국 일본의 경기하강의 영향을 받아 뚜렷이 위축되고 있어 수출이 성장에 이바지하는 정도는 1분기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살아나는데다 고용증가 및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내수는 부분적인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하반기에도 본격 경기회복 어려울 듯’〓이 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최근 경기의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경기 둔화가 진정되고 있으나 수출이 줄고 투자가 위축돼 향후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수출증가율이 -9.3%로 99년 2월 -16.8% 이후 가장 낮았으며 2분기 수출증가율도 -4.0%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투자 증가율도 1.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공요금 추가인상과 최근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2분기 이후 물가에 영향을 미쳐 전년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상반기 4.8%, 하반기 4.1%로 정부 연간목표치인 3%대보다 높을 것”이라며 물가가 올라 실질소득이 떨어지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일본형 불황’ 경고〓이 연구원은 27일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금이 있는데도 적극적인 투자를 꺼려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형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이 9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미국 경기후퇴로 인해 전체 설비투자의 약 47%를 차지하는 정보기술(IT)분야의 투자가 줄고 있다. 또 기업의 부채규모는 99년 1분기 662조원에서 지난해말 619조원으로 줄고 기업 내부보유자금도 늘었지만 신규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LG연구원은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도 기업의 자금수요가 생기지 않고 통화·재정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며 “재정·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다시 검토하는 등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