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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로미오와 줄리엣 "독일 관객 한국 연극에 열띤 환호"

입력 | 2001-05-08 18:48:00


◇비극을 흥으로 풀어내 호응◇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61).

지난해 그는 한 조사에서 ‘이름만으로 연극을 보고 싶은 연출자’ 1위에 올랐다. 1967년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태(胎)’ ‘춘풍의 처’ ‘부자유친’ 등으로 우리 연극사를 장식한 그의 이름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일 것이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브레머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전 런던 국립극장장이자 이 행사의 예술감독인 존 러셀 브라운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유럽과 동양이 제대로 만났다”고 평가했다. 같은 작품을 10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그를 만났다.

―독일 공연의 반응은.

“3회 공연을 했는데 객석이 꽉 찼다. 다시 초청하고 싶다는 주최측 제안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셰익스피어를 우리 식으로 녹인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태’ ‘춘풍의 처’처럼 우리 것이 흥건하게 젖어 있는 작품을 갖고 갈 생각이다.”

―오태석의 작품은 국내 관객도 어려워 하는데.

“현지에서 자막없이 공연이 진행됐는 데도 열렬하게 호응하는 관객의 반응이 놀라웠다. 이번 무대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우리 선조들이 전해준 전통 놀이의 우수성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우리 식의 흥겨운 놀이와 춤으로 풀어간 파격성에 현지 관객들이 놀란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83년부터 “귀찮아서 밀었다”는 빡빡머리에 가까운 짧은 머리와 낡은 벙거지, 주머니가 여럿 달린 조끼 차림이었다. 대학로 연출자의 유행이 된 ‘오태석 패션’이다.

―연극계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일식집에서 손에 칼을 쥐어주는 데만 7년이 걸린다고 하더라. 숨이 길어야 한다. 짧은 속임수로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비관적으론 보지 않는다. 박근형같은 30대 젊은 연출자를 중심으로 창작극에 매달리는 속임수 없는 정직한 노력이 보인다. 무대에서 노랑머리 가발을 쓰고 ‘조지, 밥 먹어라’는 식의 번역극으로는 한계가 있다. 젊은 친구들이 나를 밟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37년을 한결같이 관객의 신뢰를 받는 비결은.

“셰익스피어로 유명한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일화가 있다. 올리비에가 마지막 리어왕이 될지도 모를 작품에 매달렸다.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지나가던 누군가는 올리비에가 대사를 못 외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이 처 먹으면 죽어야지’라고 했다. 어떻게 알겠나. 그 노배우가 대사의 행간을 읽으면서 그래도 내가 놓친 것은 없나 고민하는 가를. 예술가는 ‘아, 내가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다음 작품은.

“요즘 나라를 움직이는 책임져야 할 세대들이 제대로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올해말 세대의 문제를 다룬 ‘객토(客土)’와 동물들을 등장시켜 DMZ 파괴 문제를 다룬 아동극을 준비하고 있다.”

gskim@donga.com

◇운율 대사등 한국적 색채 강한 작품◇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95년 초연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한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오태석의 ‘프리즘’을 거치면서 새롭게 해석됐다.

3·4조, 4·4조의 운율을 살린 대사에 우리 소리와 몸짓 등 한국적 색채가 강하다. 비극적 테마 사이에 전통 결혼식의 첫날밤을 연상시키는 두 연인의 사랑과 해학 등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초연 때와 달리 의상도 전통 의상이 사용됐다.

‘춘풍의 처’ ‘태’의 박희순이 로미오로, ‘여우와 사랑을’ ‘분장실’의 장영남이 줄리엣으로 등장한다. 정진각 김병옥 김병춘 황정민 조미혜 등 출연.

6월17일은 토요일이지만 공연이 없다. ‘목화’의 공연 때문에 두차례 결혼식 날짜를 바꾼 머큐쇼역의 김병춘이 진짜로 결혼한다는 날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7월1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오후4시반 7시반, 일 오후3시 6시 서울 동숭동 아룽구지. 1만∼1만5000원. 02―745―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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