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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쟁점토론]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 민영화

입력 | 2001-02-23 18:26:00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의 민영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측은 민영화한다고 해서 정부가 폐기물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감독을 하는 것이므로 세계적인 민영화 추세 속에 검증된 선진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 지정폐기물의 처리를 민간에 넘기면 기업영리에 따라 폐기물을 불법 처리하는 등 안전관리에 큰 허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입장이다.

▼찬성/안전관리 검증된 선진국 방안▼

이재영(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폐기물 문제는 21세기 인류가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산업현장에서 다량 배출되는 사업장폐기물, 특히 유독성인 지정폐기물은 일반 생활쓰레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고도 적정한 처리가 오래 전부터 요구돼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정폐기물은 재활용 50%, 소각 17%, 매립 10%, 기타 방법 23%로 처리되고 있다. 매립 및 소각 대상 폐기물의 85%와 99%는 민간부문에서, 나머지는 정부가 환경관리공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공공처리장에서 처리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98년 8월 ‘정부 출연 위탁기관 경영혁신 추진계획’을 입안한 이래 5개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화성 군산 광양 창원 온산)의 민영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 계획이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주된 이유는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의 민영화 전환에 따른 관리 소홀의 우려 때문이었다. 장차 오염지역이 확대돼 주민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공처리장 민영화의 필요성을 가로막아온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공공처리시설은 민간기술이 열악하던 산업화 사회 초기에 사회간접자본 및 기술력을 확보한 국가가 처리장을 직접 건설하고 운영하던 유습이다.

현재는 민간기업이 자본 및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처리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계속 나선다는 것은 민간부문과 무리하게 경쟁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공공처리시설은 국민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는 존재다. 경영혁신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과 정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민영화를 유도하는 것은 처리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지정폐기물을 민간업체의 자유기술경쟁에 의해 주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처리장 민영화에 따른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민간업체가 처리장를 부실 운영하거나 지정폐기물 처리를 부적절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기준 강화 및 감시체계 확립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가령 지정폐기물의 발생, 유통, 처리를 감시할 수 있는 지정폐기물처리증명제가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민영화에 따른 보완책과 관련해 공공처리장의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기술인력은 민간업체로 흡수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오염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확실히 불식시킬 수 있도록 기술력의 안전성 확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면밀한 조사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제시만이 소모적인 논쟁을 조기에 종결짓는 길이라고 본다.

이재영(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

▼반대/영리 앞세우다 재앙 부를수도▼

양장일(환경운동연합 서울사무처장)

독성이 강한 산업폐기물의 발생량은 일반 생활폐기물의 3배나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폐기물 전문가들은 산업폐기물에 대해 ‘그 동안 어떤 종류가, 얼마나,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라고까지 말한다.

사정이 이러니 신도시 개발 현장마다 땅만 파면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을 지나친 과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전국 토양의 중금속과 유해물질의 농도가 높은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정폐기물이란 쉽게 말해서 산업과정에서 나온 독극물이다. 따라서 지정폐기물은 대단히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따라서 이윤 추구가 우선인 기업에 지정폐기물의 처리를 맡기는 민영화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기관도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나 생명 안전 보건 환경분야의 구조와 규제는 더욱 철저히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조류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에 대한 민영화 방침은 △이윤논리를 앞세운 시민생명 경시행위 △사전 주민동의 없는 전형적인 밀실행정 △환경호르몬 대책의 포기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 민영화의 문제는 추진 주체인 환경부가 더 잘 알고 있다. 1998년 7월 3일 환경관리공단 군산사업소의 자료를 보면 지정폐기물은 안전처리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민간처리업체들이 처리비가 가중되면서 지정폐기물을 재활용이나 일반폐기물로 둔갑시키거나 불법매립, 불법투기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듯 섣부른 민영화는 기업의 이윤 추구 논리에 따라 처리방법과 내용이 달라져 국민의 생명을 일상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많은 산업폐기물처리업체가 부도났고 수십만t의 폐기물을 방치했던 사실을 환경부도 기억할 것이다. 사전 안전장치가 없는 독극물 방치는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된 “국가는 지정폐기물의 배출 및 처리상황을 파악하고 지정폐기물이 적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는 지정폐기물 관리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추진과정의 문제도 심각하다. 우선 민영화가 되면 법에 의해 폐기물처리시설 인근 주민들에게 주어지던 감시권한 및 배상 등이 어려워지며 피해가 발생해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느끼는 지역주민들에게 정부의 이런 처사는 이중의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전국에서 발생한 염소화합물인 PCB를 소각할 예정이어서 외국에서도 적정 처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민영화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해성이 높은 폐기물에 대해 특별히 국가가 관리, 처리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공공처리장 운영 목적을 정부 스스로 지켜야 할 때다.

양장일(환경운동연합 서울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