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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원정혜/살빼려는 욕심을 버려라

입력 | 2000-10-08 18:46:00


체중을 20kg 정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세상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현대사회에서 체중조절은 건강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뚱뚱한 것’은 게으름의 상징이며 자기 관리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의 상징처럼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2년반 만에 20kg의 살을 뺀 것이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소개돼 있지만 특효가 있는 방법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다이어트가 외부 요인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일단 살이 빠졌다가도 조금만 게을러지면 다시 살이 쪄버리는 ‘요요현상’이 나타나거나 거식증이나 걸식증, 폭식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개인의 신체적 능력과 연령에 맞는 운동법과 식이요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나는 이와 함께 요가와 명상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과 신체를 조절함으로써 체중을 조절하게 됐다.

사실 나는 5세부터 발레를 시작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리듬체조 선수 생활을 했고 대학 시절에는 재즈댄스, 에어로빅, 현대무용 등 거의 모든 신체 움직임을 배웠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불기 시작한 체중은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 그대로 유지돼 결국 75kg을 넘나드는 엄청난 거구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대학에서 율동을 강의하고 공연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 때 얻은 별명이 ‘꽃돼지’ ‘백돼지’ ‘다이어트박사’ 등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온갖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가방은 항상 다이어트를 위한 식품과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운동이 전공이다 보니 오전 7시에 시작해서 하루 평균 5∼6시간, 방학 때는 13∼14시간 정도 운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기는커녕 체중계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계속 늘어났다. 친구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온갖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본 나의 인생에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해인사의 한 암자에 들어간 때부터 내 인생은 변하기 시작했다. 스님들과 함께 오전 3시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고 고등학교 다닐 때 가끔 해보았던 3000배를 했다. 거의 매일 1080배를 하고 시간이 나면 3000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했다. 그리고 논문을 쓰고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방에서만 지냈다. 식사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모든 연락을 끊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생활한 지 3년 만에 거짓말처럼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서부터였다. 결국 살을 빼고 싶다는 욕심은 못 먹은 것을 더욱 먹고 싶어하는 욕구로 이어져 요요현상을 가져오고 살을 빼도 더 빼고 싶다는 과욕으로 이어지면서 심리적 이상증상을 불러 온다.

결국 살빼기는 건강과 스스로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인데 오히려 건강을 잃고 심리적으로도 항상 살을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과연 왜 살을 빼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적절하게 실시하고, 요가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면 무엇보다 최적의 컨디션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살을 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절제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연구원으로 일하는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설 운동처방실에 있는 비만클리닉에서는 심장전문의의 지도 아래 다양한 전문가들이 운동요법, 식이요법, 심리요법을 병행해서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해 주고 있다. 그만큼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많은 조절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비만클리닉을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은 “살 빼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살빼기의 첫걸음은 바로 욕심을 버리는데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원정혜(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