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자민련 당무회의실에선 ‘2001년 정부예산안 설명회’가 열렸다.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을 비롯한 예산처 간부들이 대거 나왔고 자민련측에선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을 비롯한 주요당직자와 소속 의원들까지 참석했다.
형식은 정부와 여당 간의 ‘당정협의’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자민련은 굳이 ‘설명회’라고 했다. ‘야당선언’으로 올해 초부터 중단된 당정협의가 부활된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자민련은 이날 정부측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그동안 자민련을 홀대해 온 데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호되게 몰아붙였다.
먼저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는 전위원장이 악수를 청하자 “기획예산처가 우리 정부 부처냐. 미국에나 있는 줄 알았다”고 비아냥댄 뒤 “우리당 의원연찬회(4일) 때는 설명을 거부해놓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쫓아온 데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전위원장이 “늦어져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변웅전(邊雄田)대변인 등이 나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각 당을 공정하게 대해야지…. 뒤늦게 애걸복걸하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정부측 보고가 시작돼서도 자민련 참석자들은 “대구 부산 광주만 지역 특화사업이 있느냐. 왜 충청은 없느냐” “장항선 복선화엔 찔끔찔끔 예산을 배정하면서 호남선 전철화엔 팍팍 쓰느냐”며 ‘지역편중 예산’이라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설명회를 지켜 본 당의 한 관계자는 “진작 입장을 분명히 해 당정협의를 부활시키든지, 아니면 야당처럼 그런 설명회는 필요없다고 하든지 했어야지 뒤늦게 정부를 윽박질러서야 되겠느냐”고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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