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 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 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 고등어 한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이산가족 상봉 축원 그림▼
생명의 노래-기쁜날·상서로운 날/ 김병종
◆안도현 시인 약력
39세. 경북 예천 출신으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모닥불’ ‘그리운 여우’ ‘그대에게 가고 싶다’,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사진첩’ 등이 있다. 1996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1998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