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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감독 '사각지대'…금감원 사후징계 한계

입력 | 2000-04-16 20:22:00


국내 모든 금융기관을 ‘손바닥 들여보듯’ 감독하는 금융감독원도 손대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기업들이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를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 시장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신용정보업체들은 회사 이름에서 ‘신용정보’를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감독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가 올라가는 ‘신용평가’업무, 속태우는 감독당국〓국내 신용평가시장을 장악한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3대 메이저는 모두 신용정보업 인가를 받은 뒤 금감원장의 신용평가업 ‘지정’을 별도로 받았다. 그러나 희망업체는 신용정보업 인가를 받지 않고도 신용평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지정은 ‘공인기관의 신뢰를 받는다’는 의미일 뿐 인가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용정보업체들이 맡고 있는 신용평가 업무에 대해 효율적인 감독수단이 없다는 점. 신용조사 채권추심 등에 대해선 감독권을 행사하지만 평가업무는 ‘문제가 생기고 난 후’ 징계하는 데 그친다.

최근 10년간 3사가 투자등급으로 평가한 회사채가 부도를 낸 비율은 3.55∼5.15%. 10년 기록을 살펴보면 양호한 편이지만 외환위기 직후 대부분 평가오류가 드러나 업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아 사전적인 감독의 필요성은 커졌다.

더욱이 하반기에 채권시가평가제가 도입되면 채권 발행시에만 적용해온 평가업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경쟁체제 도입도 검토했지만 ‘봐주기 평가’가 성행할 수 있어 손을 못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용정보업체들의 변신 움직임〓98년 신용평가업무만 떼어내 미국 무디스와 합작 자회사를 세운 ‘한국신용평가정보㈜’는 회사명을 ‘키즈정보’로 바꾸겠다며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사명변경 신청을 냈다.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B2B 정보포털 사업을 벌이려는 시도.

관련 법규와 관례에 따르면 금감위의 허가를 받지 못한 업체들은 신용정보라는 사명을 쓸 수는 없지만 허가를 얻은 신용정보사들이 반드시 ‘신용정보’라는 상호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현재 25개 신용정보업체중 신용보증기금 등 3개사가 신용정보라는 사명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14일 열린 금감위에서는 ‘키즈정보’건으로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찬성의견과 ‘신용정보업의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고 사명변경을 승인하면 앞으로 무자격업체와 구별이 어렵다’는 반론이 팽팽했기 때문.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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