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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병역불똥' 당혹…野, 임휘윤지검장 의혹제기 파장

입력 | 2000-03-24 20:52:00


병역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24일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의 두 아들병역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병역비리 수사 공방의 중심이 ‘여당과 야당’에서 ‘야당과 검찰’로 바뀌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겉으로는 한나라당의 폭로를 무시하며 직접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대검 간부들은 한나라당의 폭로 직후 예정에 없던 모임을 갖고 대처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회의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검찰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주로 개진됐다”고 전했다. 다른 간부는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군 입대 면제자 모두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검장은 이날 오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에게 정례보고를 한 뒤 돌아와서도 한동안 기자들을 만나지 않다가 오후 4시경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정쟁에 휘말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으며 법적인 대응은 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내가 하늘과 양심을 걸고 떳떳하다는 것만 밝히겠다”고 밝혔다. 임지검장은 “나를 포함해 집안 식구 모두 과(過)체중이어서 98년 8월 며느리까지 5식구가 함께 서울 을지로 E한의원에 다니면서 전자파와 침 치료로 체중을 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견 간부들은 성명서를 읽어본 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뜻을 나타냈다. 이승구 합동수사본부장은 “(한나라당의 폭로는) 뇌물 피의자가 검사보고 ‘당신도 돈을 받았다’고 대드는 것과 같다”며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