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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닥터의 건강학]성형외과/고대 구로 김우경교수

입력 | 2000-02-15 19:33:00


고려대구로병원 김우경교수(48)는 ‘인간 난로’로 불린다. 늘 몸이 따뜻하기 때문. 몇 년 전 아파트 난방이 고장났을 때 아랫목을 짚어 본 아내(42)는 갑자기 “난방 시스템이 고쳐졌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사실은 김교수가 앉아 있던 자리가 체온 때문에 뜨뜻해진 것.

그는 병원에서도 따뜻한 의사다. 자신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일찍 퇴근해야 할 후배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못 갈까봐 오후 6시반까지는 무조건 회진을 끝낸다.

◇마음 따뜻한 '인간 난로'◇

그러나 수술장에서 그의 머리는 정말 차가워진다. 손가락이 잘렸을 때 바깥지름 1㎜ 이하의 혈관과 신경 등을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더 가는 실로 이어 되붙이는 미세수술이 그의 전공. 10∼15 배율의 수술현미경을 통해 수술부위를 보면서, 발로는 현미경 조절 페달을 밟아 배율과 원근을 조절하며, 혈관과 신경을 몇 땀씩 꿰매 잇는다. 조금만 방심해도 환자의 손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미세수술의 달인▼

김교수는 미세수술에 대해 “이식수술과 각종 외과수술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1993년 멕시코 캔쿤에서 열린 ‘미국 수부학회’에서 열손가락이 모두 잘린 환자 8명을 수술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분야의 세계적 의사로 ‘떴다’. 그 중엔 87년 하나밖에 없는 수술용 현미경을 후배에게 양보하고 실험용 현미경을 보며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열 손가락 접합수술은 최소 4명의 베테랑 의사가 20시간 이상 매달려야 하는 고난도 수술. 발표 당시 세계의 수술성공 사례를 몽땅 합쳐도 3, 4명에 불과했다. 김교수의 발표 도중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으며 끝나자마자 ‘삑’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기립박수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손가락 접합 성공률 80%대◇

김교수는 손가락 끝마디 수술의 1인자로도 알려져 있다. 손가락 끝마디의 혈관은 0.3∼0.5㎜. 몇 년 전까지 교과서엔 이 부분을 잇는 수술이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안하는 게 상책이라고 실려 있었지만 김교수로 인해 교과서가 바뀌었다. 그는 80년대부터 최근까지 머리카락의 10분의 1굵기인 10㎛ 지름의 실로 200여명의 손가락 끝마디를 이어 8할 이상을 성공시켰다.

▼더 나은 손을 위해▼

김교수는 최근 ‘말초신경’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법에 ‘신경’쓰고 있다.

“잘려나간 신경을 되살릴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체는 참 묘합니다. 몸에 붙어있는 신경과 죽은 신경을 이어주면 산 신경이 죽은 신경을 ‘길’로 삼아 뻗쳐나가서 기능을 회복하죠.”

김교수는 94년 끊어진 신경을 ‘PGA관’이란 연결장치로 잇는 방법을 개발해 미국학회에서 발표, 호평을 받았다.

그는 90년대초부터 손저림증 환자 1000여명을 미세수술로 고쳤다. 손저림증은 대부분 신경이 인대에 눌려서 생기는 것. 손이 저리고 아파 잠을 잘 수 없을 지경까지 증세가 나타나지만 손금을 2㎝ 정도 자르고 신경을 누른 인대를 끊어주면 완치된다.

▼음악과 함께▼

김교수는 무엇이든 잘 먹는다. 집에서 국을 한 번 끓이면 같은 국도 1주일 이상 먹는다. 겉보기와 달리 한끼에 두 세 공기를 비우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몸살로 체온이 40도를 육박해 몸을 가눌 수 없을 때도 하루 세끼를 거뜬히 먹어치워 아내로부터 “짐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가리지 않고 잘먹는 대식가◇

그는 ‘뇌가 단순한 사람’이라고 자칭한다. 스트레스를 잘 떨쳐버리기 때문. 그에게 두통거리는 단 하나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못한다는 것. 친구들 모임에 갈 때 미안한 감도 있 지만 술자리는 빠지지 않는다.

매일밤 2시간동안 음악을 듣는다. 집의 큰방은 ‘개인 음악실’이다.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는 50년 이상 묵은 것. LP와 CD를 합쳐 1000장이 넘는 음반은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등 50, 60년대 재즈음악가의 음악과 실내악이 대부분이다. 그는 10년 전까지 오디오전문지 ‘하이파이 저널’에 칼럼을 연재했고 틈만 나면 서울 청계천 상가를 기웃거린 오디오마니아였다.

◇"잘린 손가락 얼리지 마세요"◇

▼손가락이 잘렸을 때▼

김교수는 “예전엔 근로자의 사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아이들이 사고로 손가락을 잘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경우 당황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며 병원에 오면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잘려나간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손가락 보관엔 섭씨 0∼4도가 최적.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비닐이나 헝겊으로 싸고 얼음 반 물 반인 비닐봉지나 물통에 넣어서 병원에 가져 간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물로 한번 씻어 가져 간다.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알코올에 담그면 조직이 죽기 때문에 절대 금물. 상처에서 피가 나오지 않도록 혈관을 묶는 경우도 있는데 신경이 망가지므로 피한다. 피가 나는 부위를 거즈로 누르고 손을 올린 상태에서 병원으로 간다.

“요즘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도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동네병원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시간을 허송한 경우에도 낙담 말고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잘려나간 손가락과 손이 온전하면 하루 이틀이 지나도 수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