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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진수/검찰이 사는길

입력 | 1999-07-28 19:35:00


중국 장제스(蔣介石)총통의 인생은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었다. 중국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것은 절반의 실패였고 오늘의 대만을 만든 것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부패 때문에 절반의 실패를 맛보았고 부패를 척결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대만으로 쫓겨온 장총통은 때늦은 후회였지만 비리에 관련된 그의 며느리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대만에는 부패한 공직자가 거의 없다. 외환 위기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고통도 없는 것 같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전총리도 ‘부패없는 나라’를 만들었다.그런데 우리의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씨 등 전직 대통령들은 부패를 청산하지 못했다. 이들은 절대권력을 휘두른 공통점이 있다. 그 절대권력을 가지고도 부패를 청산하지 못했다.

박전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지만 그 권력 주변의 부패가 어떠했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대통령이 된 후 칼국수를 먹으며 어떠한 돈도 받지 않겠다고 호언했던 김전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씨는 현재 어떻게 돼 있는가.

지금 우리 검찰은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정치검찰’이니 ‘권력의 하수인’이니 하는 외부의 평가, ‘검란(檢亂)’이니 ‘쿠데타’니 하는 내부 진통으로 무척 자존심이 상해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대검공안부장의 구속, 대검에 대한 지검의 압수수색, 경기도지사 부부의 구속, 대통령의 처조카에 대한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 등등, 검찰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검찰이 할 일이 많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일은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업유도 발언’의혹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이훈규(李勳圭)특별수사본부장은 사석(私席)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현철씨 사건 수사 당시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이 천추(千秋)의 한(恨)으로 남는다.”

그같은 한이 교훈이 돼 대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과 대검을 압수수색한 것을 어떻게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검사가 천추의 한을 남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때 이본부장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더라면 그는 아마 말못할 고초를 겪었겠지만 검찰사(檢察史)에 남는 ‘영원한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김씨의 사면에 반대하고 표연(飄然)히 그 직을 떠나는 법무장관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고 검찰이 사는 길이다.

대검을 압수수색하고, 경기도지사 부부를 구속하고,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을 소환 조사한다고 검찰의 위상이 찾아질까. ‘천만의 말씀’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김현철씨는 무슨 돈인지 모르지만 70억원을 그동안 숨겨왔던 사람이다. 그런 김씨의 사면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것이 국민 화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그같은 판단이 ‘정치적 판단’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판단’이 없는 사회가 더 낫다. 그같은 지시를 따르는 것이 ‘상명하복’이라면 우리는 그 법조문을 고쳐야 한다.

‘김현철 사면’을 재고하기 바란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전례(前例)만 또한번 남길 뿐이다.

한진수(사회부장)han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