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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쉼터/포도농장 삼정원]늦포도 여무는 「가을정원」

입력 | 1998-10-08 19:04:00


포도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누우니 파란 가을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경기 안성시 미양면의 포도농장 삼정원(三正園). 안성천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완만한 경사의 언덕에 있다. 이 포도원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잿빛 도시는 멀어지고 대신 포도냄새 상큼한 가을이 다가온다.

포도철은 이미 지난지 20여일. 그러나 마스카드베리에이(MBA)나 세레단 같은 품종의 늦 포도는 가을 햇빛 아래서 한창 익어가고 있다. 수확은 이달 말경 첫서리 전후. 안성 포도는 일교차가 크고 강우량이 적은 이 지역 기후로 일찍이 이름을 날렸다. 안성포도의 높은 당도는 이 기후 덕이다. 요즘 과수원 시세로 최상품 한상자(4㎏)는 1만원 정도. 농장에서는 막 딴 포도를 갈아 포도즙도 내준다. 가격은 팩 한개에 4백원.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해 한겨울에 가을미각을 맛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농장을 둘러 보자. 한 가운데 서있는 60년 된 느티나무는 밑동이 어른 3명이 양팔을 벌려 손을 맞잡아야 할 만큼 거대하다. 그 밑 넉넉한 그늘에 놓인 평상은 주말 쉼터를 찾아 이곳에 온 이들을 반긴다. 농장에는 번개탄이나 조개탄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자그마한 화덕도 준비돼 있어 이곳에 가져와 불고기 파티를 벌이면 금상첨화다. 싱그러운 포도냄새를 맡으며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즐기는 맛난 점심. 여기에 갓딴 포도는 훌륭한 디저트다. 밥과 밑반찬, 번개탄만 준비하면 된다.

포도밭 아래는 양어장이다. 점심식사후 가벼운 산책코스다. 옆에 놓인 사료를 한웅큼 집어 물에 던지면 팔뚝만한 크기의 오색빛깔 비단잉어 수십마리가 수면에 올라와 물장구를 친다. 몸싸움하는 잉어들 틈에 수염난 메기도 보인다.

2만평이나 되는 삼정원은 포도나무 과수원을 제외한 농장 전체가 잔디밭이다. 농장에서 키우는 삽살개와 토끼는 아이들 친구가 된다. 잠자리채 들고 고추잠자리를 잡는 아이들, 청개구리와 메뚜기를 신기한듯 보는 꼬마들에게 이곳은 자연학습장이 된다.

비록 타석이 두개 뿐인 간이 골프연습장이지만 스윙기분만은 그만이다. 클럽과 공만 준비하면 된다.

통유리창을 통해 농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휴게소도 있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14㎞.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시내로 들어가 안성산업대를 지나자마자 삼거리에서 천안 미양방면으로 간다. 안성대교로 안성천을 건너자 마자 우회전, 안성소방서를 지나 1㎞만 가면 농장 팻말을 만난다. 삼정원 0334―72―1247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