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체면문화」에 家長 허리 휜다…경조사-접대비 9백만원

입력 | 1998-01-31 20:16:00


한국 남자들의 씀씀이는 ‘체면’유지비 경조비 때문에 헤프다. 한 장년 대학교수의 일년치 지출메모가 입증한다. ‘체면문화’가 가져다주는 속앓이…. 92년부터 일기장에 그날그날의 지출 내용을 적어온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대근(李大根·60)교수. 그는 최근 자신의 지출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연수입 6천만원에서 개인 용도로 쓴 약 2천만원 가운데 현찰로 지출된 경조사비가 전체의 24.5%인 4백86만원이나 됐다. 경조비 이외에 2백89만3천원(14.6%)이나 되는 접대비까지 포함하면 이른바 ‘품위 유지’를 위해 전체 지출의 약 40%를 쓴 셈. 이교수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점심은 교수식당에서 해결하는 ‘알뜰파’. 경조사를 유난히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라고 스스로 믿는다. 경조사비 내용은 축의금이 62건에 3백91만원, 부의금이 15건에 95만원이었다. 축의금은 20만원과 15만원을 낸 것이 각각 한차례, 10만원 12회, 5만원 46회, 3만원 2회. 부의금은 5만원 11회, 10만원 4회였다. 결혼식이 몰렸던 12월에는 축의금만 60여만원이 나갔다. 월급에서 3만원씩 공제되는 경조사비(약90만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지출한 경조사비 총액은 6백만원에 달한다는 설명. 그가 주관하는 각종 모임이나 학회가 끝난 뒤 들어간 저녁식사 비용도 만만찮아 지난해 식비 2백64만9천원(13.3%)과는 별도로 접대비로만 2백89만3천원이 나갔다는 것. 또 친목회와 학회의 회비로 1백49만5천원(7.5%)이 지출됐고 책값이나 조교들에게 준 용돈도 1백40만5천4백원(7.3%)이나 됐다. 이교수는 “평범한 교수가 수입의 약40%를 경조사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며 “범사회적인 의식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