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의 입장이 ‘제한적 단계적 실시’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이 문제는 또 자민련과 국정파트너십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는 김차기대통령의 의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두가지 문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지명이 확실시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에 대한 국회의 인준절차라는 접점(接點)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예총재에 대한 국회의 총리인준 여하에 따라서는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야당인 한나라당 사이에 미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총리인준 과정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간에 조그만 틈새가 벌어져도 당장 각료배분 과정에서 파열음이 증폭되면서 새 정부의 연착륙 여부가 판가름날 5월 지방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차기대통령측이 인사청문회의 해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도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대선 핵심공약인 인사청문회 도입을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총리를 뺀 인사청문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이 일단 헌법상 국회의 동의 및 선출을 요하는 공직자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의식한 일종의 절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차기대통령측은 각료나 안기부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위헌논란이 있으므로 관계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 법적 보완을 한 뒤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논리로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럴 경우 당장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자리는 총리와 감사원장에 국한된다. 임기가 남아있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 등은 아직 교체시기가 아니다. 물론 자민련은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구심마저 나타내고 있다. 이에 김차기대통령측은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불가피성을 자민련측에 설명하고 자민련측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성의’를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 김차기대통령의 측근들은 김차기대통령에게 ‘JP총리’를 신속히 공식화하고 원활한 총리인준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 자신도 자민련과의 관계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측근은 “김차기대통령이 19일 국민회의 당직자들에게 멕시코의 경제위기 극복사례 연구를 지시하면서 ‘그것도 꼭 자민련과 함께 하라’고 강조할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각료 인선도 철저히 JP 및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차기대통령이 자민련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에는 가뜩이나 나라사정이 어려운 판에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치문제로 삐걱거리는 모습을 피하기 위한 고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