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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문학평론 심사평]오생근/분석 치밀-참신한접근

입력 | 1998-01-13 20:04:00


예년보다 응모작의 수는 줄었지만 응모작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느낌이었다. 거창한 문학적 이념이나 이론을 앞세우지 않고 문학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가면서 문학적 의미를 포착하려는 글이 많았던 것도 이번 작품들의 특징적인 점이었다. 그 중에서 백무산의 시를 통해 역동적인 꽃의 이미지를 분석한 글, 포스트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본 유하론, 소유의 욕망이나 자아의 주체성을 소멸시킨 시적 의지로 최승호의 시를 이해한 글, ‘죽음의 한 연구’를 차분하게 설명한 박상륭론, ‘불의 제전’에서 불과 시장과 전쟁의 의미를 연결한 김원일론, 김지하의 서정시에서 물과 구름의 이미지를 분석한 글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평적 작업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죽음의 한 연구’에 대한 안정되고 균형잡힌 시각과 김지하의 서정시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논의는 두 사람의 개성적 차이를 드러낼 뿐 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여 끝까지 결정을 망설이게 했다. 결국 김지하의 서정시를 분석한 김수림씨의 ‘물과 구름의 도상학’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은 시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참신한 접근방법이 다른 글보다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비평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