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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전승훈/돌아온 全-盧와 「新 용의 눈물」

입력 | 1997-12-23 20:25:00


「태상왕(太上王)전하가 돌아왔다. 상왕(上王)전하를 뵈러가자」.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역사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의 극중 대사가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집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22일 오전 연희동 집 골목을 가득 메운 고향인사 및 5,6공 정치권 인사 3백여명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귀가한 전씨의 모습은 마치 태상왕의 「연희궁 환궁」을 방불케 했다. 한 고향 인사는 『용기내십시오, 각하』라고 말하기도 했고 일부 주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엎드려 절하기도 했다. 23일에도 전씨 집에는 이른 아침부터 1백여명이 넘는 인사의 축하 방문이 줄을 이었다. 몇몇 기업에서 보낸 화환과 선물도 속속 답지했다. 장세동(張世東) 이학봉(李鶴捧)씨와 「3허」로 불리던 허삼수(許三守) 허화평(許和平) 허문도(許文道)씨 등 5공 실세들도 전씨 집을 찾아 「알현식」을 가졌다. 전씨는 이날 인근 식당에서 「청와대식(식)」인 칼국수 40인분을 시켜 찾아온 손님과 가족, 비서관 경호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즐거운 웃음을 나누었다. 노씨 집에도 육사 선후배 동기들, 6공 시절의 총리 장관 청와대비서관과 불교계인사 등 50여명이 찾아왔다. 최근 드라마 「용의 눈물」에는 3명의 왕이 등장한다.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와 어부지리로 2대왕에 오른 정종, 두차례 왕자의 난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보위에 오른 태종…. 태종이 「용」이 되면서 정종은 「상왕」이 되고 이성계는 「태상왕」이 됐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통해 정권을 탈취한 뒤 막강한 권좌에 앉아 비자금을 거둬들였던 두 전직 대통령이 「개선장군」처럼 귀가한 모습은 「신판 용의 눈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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