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드라마가 걸어온 길은 수난사나 다름없다. 「제1공화국」부터 「제2공화국」 「제3공화국」을 거쳐 「코리아게이트」 등을 연출한 고석만PD는 작고한 작가 김기팔씨와 함께 우리 정치드라마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81년 「제1공화국」을 연출하던 시절 간첩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모진 일을 당했다. 「2,3공화국」과 「코리아게이트」도 예정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 하차하는 비운을 맞았다. 「제3공화국」은 5.16 당시 주체 세력이었던 정치인들의 반발과 항의가 단명의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3년 방영 당시 김영삼대통령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었다. 정치드라마에 대해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이같은 압력은 역설적으로 드라마라는 장르의 엄청난 위력을 입증한다. 95년 SBS와 MBC는 10.26사태와 신군부의 12.12쿠데타를 중심적으로 다룬 「코리아게이트」와 「제4공화국」을 방영, 『어떤 청문회도 하지 못한 일들을 단숨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만큼 드라마에 등장하는 당사자는 물론 권력자까지 자신들이 드라마 속에서 행여 부정적으로 그려질까봐 방송 자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고PD는 『5공 시절은 외부압력이 연출자에게 직접 내려왔던 반면 이후에는 방송사를 통한 간접적 형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SBS 「코리아게이트」의 도중하차는 외압외에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 MBC 「제4공화국」과의 과당경쟁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