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의 경제실정(失政)에 책임이 있는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전현직 고위관료들에 대해 처벌을 전제로 내사에 착수한 것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격양된 국민여론을 감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국가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소재를 가려 처벌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최근의 난국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인 국민의 협조와 지원을 얻기 어렵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자칫 기업이나 금융권으로 불똥이 튀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순용(朴舜用)대검 중수부장이 5일 검찰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실정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경제가 파탄난 국가를 되살리기 위해 검찰권 행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검찰은 경제실정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의 처벌과 관련해 크게 두갈래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는 기아사태 처리 과정에서의 고위관료들의 수뢰나 특정기업과의 유착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특히 기아그룹이 부도난 뒤 3개월이나 처리가 지연되면서 당시의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의 특정기업 유착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됐던 사실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전회장의 회사자금 횡령여부 등에 대해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우리경제를 국제통화기금(IMF)의지배에내맡긴 청와대와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등의 관련 고위관료들의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처벌여부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기업이 하나 망해도 사주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데 하물며 국가를 부도내고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책결정과정의 잘못된 점을 처벌할 수 있는지 법률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보사건 당시 은행대출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부 은행장들을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법원이 업무상 배임죄와 직무유기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데다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사후에 형사책임을 물을 경우 『그러면 누가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하겠느냐』는 공직사회의 반발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법적용을 하지 않았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최근 거듭된 공직자들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검찰이 과감하게 이 법을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일단 18일 대통령선거 때까지는 내사를 은밀히 계속한 뒤 여론의 추이와 경제상황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격 수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한보사건 때처럼 정치인과 은행장의 무더기 소환 등 장기간에 걸친 전면적인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고 해당 인사 들을 사법처리하는 단발성 수사로 끝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기대·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