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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용재/中-동남아의 「한국경제 비아냥」

입력 | 1997-12-02 20:03:00


『한국도 결국 우리나라와 같은 클럽에 가입했군요』 2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6개국」재무장관 회의를 취재하던 인도네시아의 한 신문기자가 건넨 말이다. 『이런 해외출장은 처음입니다』 이번 회의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한 재정경제원의 한 공무원의 얘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후 지난 20여년 동안 외국인과의 만남에서 이번만큼 자존심을 구긴 출장은 없었다고 탄식했다. 1일 오전8시(현지시간) 콸라룸푸르 르네상스호텔.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은 류지빈(劉積斌)중국 재정부 상무부부장과 조찬 면담을 갖고 IMF자금지원에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배석했던 저우샤오추완(周小川)중국 인민은행부행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국은 1인당 소득이 6백달러밖에 안되는데 1인당 1만달러가 넘는 한국을 지원하려면 정치적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측에서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1천8백억달러가 넘지 않느냐』 『그리고 거저 꾸어달라는 게 아니라 실세금리를 쳐서 갚겠다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저우부행장이 역시 조용하게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고 대략 1천4백억달러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1천4백억달러라면 한국이 10월말 외환보유고라고 공식발표한 3백5억달러의 4.6배 수준. 한국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감정이입」일지는 모르나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리더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아시아지역 통화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한 2일 회의도 가시방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5개국에서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말끝마다 「한국―태국―인도네시아」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한국경제를 지칭할 때는 「고통스러운(Painful)」 「붕괴한(Collapsed)」등의 수식어가 따랐다. 「급전」을 구하러 거리에 나선 우리의 처지가 새삼스레 실감났다. 이용재 〈경제부·콸라룸루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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