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악의 대졸자 취업난이 빚어지고 있는 데에는 극심한 불황 못지 않게 정부와 대학측의 잘못된 인력수급 정책에도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0년 이후 50대 그룹의 대졸자 신규채용 현황을 보면 92년까지는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채용 비율이 각각 49.4%와 49.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93년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채용 비율이 각각 56.7%와 42.5%로 이공계가 크게 앞선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격차가 벌어져 지난해에는 전체 채용인원에서 이공계가 60.5%를 차지하고 인문사회계는 38.3%에 그쳤다. 특히 올해 발표된 각 기업체의 신입사원 모집 계획을 보면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산업체의 인력수요가 이공계 출신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고 있는데도 매년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 비율은 오히려 인문사회계가 이공계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 중화학공업 육성에 중점을 뒀던 70년대까지는 이공계 학생의 증가율이 인문사회계를 훨씬 앞섰으나 80년부터는 인문사회계의 증가율이 이공계보다 높아지는 반전이 이루어졌다. 이는 80년에 졸업정원제가 도입돼 대학입학정원이 크게 늘어나자 대학마다 늘어난 정원의 대부분을 추가시설 및 재정 부담이 적은 인문사회계에 배정했기 때문. 이같은 현상은 전문대로까지 파급돼 전문대도 전문 기술인력 양성이라는 당초의 설립취지와는 달리 80년대부터 인문계 사회계 위주로 정원이 확대됐다. 〈이현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