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최근 마련한 「고비용 정치구조개선 검토안」은 단순히 선거운동방법의 개선을 통해 선거비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정당구조의 대대적인 개편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여야합의를 거쳐 현행 소선거구제인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뀔 경우 정치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신한국당의 金重緯(김중위)정책위의장은 「중대선거구제로 전환 검토」라는 본보 보도(18일자 2면)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외비」로 작성된 당의 공식문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전환에 관해 매우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은 현행 소선거구제도의 경우 선거구 획정에 정략적 성격이 가미됨으로써 인구비례원칙이 무시되고 지역할거주의의 폐해가 극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 문건은 선거비용을 과다지출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선방안으로 지역구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문건은 특히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 선거비용면에서는 어느 선거구제가 「덜 든다」는 확증이 없는 만큼 선거비용 축소라는 관점보다는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신한국당의 검토안은 구체적으로 지역정서와 행정편의 등 복합적인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전국을 20∼30개 정도의 선거구로 획정, 한 선거구에서 5∼10명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인구가 많은 시 도는 2,3개의 선거구로 나누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시 도는 1,2개의 선거구로 쪼갠 뒤 선거구별 인구비율에 따라 5∼10명씩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같이 선거구제를 전환할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15대 총선 결과 호남지역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겨우 1석을 얻은 반면 영남지역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회의가 단 1석도 얻지 못한 것과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신한국당측 주장이다. 신한국당은 또 전국구의원 선출방식과 관련, 시도별 비례대표제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선거제도의 전환은 현역의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한국당내에서조차 당론으로 채택될는지는 미지수다. 정당구조 개선에 관한 신한국당의 검토안도 매우 구체적이다. 현재 중앙당―시도지부―지구당―읍면동연락소 구조로 「공룡화」된 정당조직을 △중앙당기구축소 △지구당의 상근인원 제한 △지구당의 각급 협의회 등 하부조직 해체 등을 통해 간소화한다는 게 신한국당의 대안이다. 이같은 정당조직의 축소 방안은 고비용정치구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검토안에서는 예를 들어 신한국당의 경우 급여 및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는 인원이 중앙당의 3백여명 및 지구당 직원 9백여명 등 1천2백여명에 이르는 등 당의 공식경비 중 70∼80%가 인건비로 사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또 지구당의 사무국장 조직부장 청년부장 여성부장 등 기본관리요원에다 각급 협의회까지 운영하고 있어 조직유지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검은 돈의 거래가 불가피하고 돈이 없는 정치신인의 등장을 봉쇄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신한국당의 분석이다. 따라서 중앙당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정책개발 및 홍보에 주력하는 자원봉사자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게 검토안의 의견이다. 또 지구당조직 역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고 개인별 후원회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선거시 한시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구당 폐지가 어렵다면 상근 인력을 2명 정도로 줄이고 사무실 규모를 15∼20평 정도로 규격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구당운영규정을 정당법에 명시, 단계적으로 축소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또 평상시 당원관리를 위한 단합대회 야유회 경조사 등을 위한 소요비용의 상한선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안도 제안했다. 신한국당은 이같은 선거제도 및 정당구조 개선방안을 그동안 고비용정치구조개선특위에서 잠정확정한 선거운동방법 개선방안과 함께 당 정치개혁특위에서 전면적으로 논의한 뒤 늦어도 11월까지는 최종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