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슈베르트 서거 2백돌]플레밍-괴르네,가곡집 선보여

입력 | 1997-06-20 08:26:00


올해 서거 2백주년을 맞은 슈베르트.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가곡작품에 쏟아지는 조명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밝다. 영국 데카사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신작앨범으로 기대에 보답했다. 두 앨범은 동시에 선을 보였다는 점 외에 표지의 인상에서도 쌍둥이처럼 닮아보인다. 르네 플레밍의 앨범은 데뷔음반인 「모차르트 아리아집」의 인기에 부응한 후속작품. 플레밍의 첫음반이 모차르트 아리아라는 데는 의아해하는 눈길이 많았다. 바버라 보니, 던 업쇼 등으로 대표되는 여리고 청아한 소프라노들에 비해 플레밍의 음성은 메조에 가까운 낮은 공명을 사용, 부드럽고 풍요한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보다는 푸치니 마스네등 낭만주의 후기작품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져왔던 특징이다. 풍성한 음량도 이런 느낌에 한몫하는 점. 그러나 플레밍은 이번 앨범으로 「19세기 초 비엔나」레퍼토리에 대한 사랑을 분명히 표시했다. 분명 바버라 보니, 던 업쇼와 같은 귀염성은 없지만 자신의 음성에 적합한 치밀한 설계로 시상(詩想)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점은 경쟁자들이 도달한 「정밀도」에 빠지지 않는다. 호흡이 길고 음성의 폭이 넓어 극적인 표현에 능한 점도 장기다. 「물레잣는 그레첸」에서 「세계가 내게는 온통 쓰디쓰다(mir vergallt)」는 절망은 가라앉는 듯한 무거움으로 그려내고, 뒤이은 「키스의 추억」을 표현하는 데는 초강주(포르티시모)의 질러내는 표현을 무리없이 깨끗하게 깎아내고 있다. 한편 최근 데카사로 소속을 바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도 슈베르트 가곡집의 목록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괴테의 시에 의한 가곡 22곡을 실은 앨범은 테너에 가까운 맑은 공명과 고귀한 느낌의 표현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깊이가 있으면서 결이 매끈한 그의 음성은 「방랑자의 밤노래」등 사색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마왕」이 필요로 하는 폭발적인 힘에서 다소 떨어지는 면이 아직은 그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유윤종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