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로 예정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유엔 및 멕시코 방문은 복잡다단한 국내 정국상황과 맞물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김대통령은 지난 3월 유럽방문계획을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 때문에 백지화시켰었다. 그러다가 4월말부터 이번 순방계획을 추진했으나 金賢哲(김현철)씨 사법처리 및 대선자금 공방 등 내정의 「족쇄」에 발목이 잡혀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청와대측이 이례적으로 외유를 코앞에 두고 그 계획을 공식발표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김대통령이 「지금이 외국에 나갈 때냐」는 야권 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외유를 강행키로 한 것은 국정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내정 뿐 아니라 외교도 국정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환경복지국가와 세계화를 지향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까지 가입한 국가로서 세계 60여개국 정상이 모이는 유엔 특별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외유에 관심이 쏠리는 큰 이유중 하나는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정국과 관련해 갖는 함축적인 의미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순방기간은 신한국당의 대의원 명부확정(22일) 및 후보등록기간(6월29일∼7월2일)과 일부 겹친다.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귀국하는 30일까지는 대부분 경선후보들이 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외유는 경선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야기될 「김심(金心)」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한국당내 정치발전협의회의 결정 과정에서 논란에 휘말릴 소지를 제거하는 기능도 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