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아 지음/민음사/6천원) 삶의 현실을 담아내는 것. 우리 작가들의 전통적인 창작관이었다. 작가들은 발로 글을 썼다. 김주영이 「객주」를 위해 남도의 장터를 휩쓴 것, 한수산이 「부초」를 위해 곡마단을 쫓아다닌 것이 가까운 예다. 이같은 「족필(足筆)」창작이 아니더라도 작가들은 현실을 옮겨야 한다는 소임 속에 글을 써왔다. 신진작가 송경아의 「아기찾기」는 이같은 전통 창작관과 완전히 결별한 환상문학이며 신세대 최초의 환상장편이다. 뜬 그림자, 부영(浮影)이라 불리는 도시. 여기에는 혈연관계란 없다. 아들과 딸은 입양에 의해서만 부녀 모자관계 속에 들 수 있다. 이 부녀 모자끼리 성관계를 나누는 것은 제도화돼 있다. 「아기찾기」는 이 뜬구름 같은 도시에서 아기라불리는존재의근원을 찾아나선두남녀의모험담이다. 작가는 최소한의 현실도 뒤틀어버린다. 비틀스가 마약을 소재로 삼았던 노래 「옐로 서브마린」이 약 담는 서랍으로, 디킨스의 소설 「더 하드 타임스」가 신문 이름으로 탈바꿈한다. 더 나아가 남자의 성기가 그 육체의 주인과 언쟁을 벌인다. 외과의사가 머리의 일부를 잘라주면 괴로운 사념이 제거된다. 소설이라기보다 하나의 우화,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말미에는 현실세계에 절망하고 차라리 환상으로 향하고자 한 신세대 작가의 외로운 절규가 작중인물을 통해 터져나오고 있다. 「내가 무엇을 믿을 수 있는 걸까? 내게는 부모, 형제도 없었다. 친구는 나를 배신하며, 사랑은 나를 기만한다. 인생은 꿈속의 산들바람일 뿐, 삶은 유령들로 구성된 초라한 건축물일 뿐이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