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66만명을 넘어선 실업자가 한달사이 또 6만2천명이 늘어 3월말로 72만명에 이르렀다. 잠재실업을 합할 경우 실업자수는 1백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그동안 가벼이 여겼던 고용안정문제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다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실업자 증가의 직접원인은 물론 경기침체에 있다. 불황의 골이 계속 깊어지자 대기업들이 대졸인력의 신규채용을 줄이고 명예퇴직을 확대하는 등 방어적 경영에 나선데다 한보 삼미 등 대기업의 부도까지 겹쳐 산업전반의 고용흡수력이 크게 약해진 것이 실업증가의 직접원인이다. 따라서 경기만 회복되면 3.4%로 높아진 실업률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평면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마침 3월로 들어서면서 수출 환율 재고 등에서 경제회복의 예감이 잡히는 현상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위안이 될 만하다. 그러나 불황이 실업증가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과거와 같이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는 안정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늘어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우리의 산업구조는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 자본집약형으로 바뀌는 추세에 있으며 기업이 그같은 구조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법에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등 탄력적 고용제도를 도입해 놓고 있다. 평생고용의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실업증가를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고 안이하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이미 고실업(高失業)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는지 모르며 설혹 아직은 아니라 해도 장기적으로 언젠가는 고실업시대가 오게 되어 있다. 실업의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부담을 생각할 때 이제는 고용안정에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정책의 궁극목표가 국민생활의 안정에 있다면 고용문제는 이제 물가나 소득분배 복지제도 등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정책분야다. 최근의 실업증가가 불황 때문인 측면을 물론 간과해선 안된다. 더 이상 쓰러지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금융 세제 등 지원을 확대하는 일도 요긴하며 재취업알선이나 전직훈련 등 단기적인 실업구제책도 그것대로 보완 확대해야 한다. 기업 또한 당장 경영이 어렵다고 고용부터 줄이는 경영자세를 지양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실업시대에 대비하는 고용정책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고용정책을 사후적 차원이 아닌 산업정책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의 고용정책업무와 타부처 산업정책업무간의 연계강화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