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기자] 알바니아정부가 무장시위대에 대해 대대적인 진압작전에 나선 가운데 동구권에서 「최악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군(軍)의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관측통들은 시위진압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알바니아 군과 경찰이 무자비한 진압으로 대규모 유혈사태를 자초하거나 아니면 의외로 시위대와 합세할 가능성이 적지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압군과 경찰은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시위대에 대해 매우 「이중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군과 경찰은 시위대가 무기고에서 중화기를 탈취하는 것을 사실상 방관했고 이 덕분에 시위대는 총기류는 물론 항구도시인 사란다에서 정찰함정을 빼앗기도 했다. 이때문에 살리 베리샤대통령은 군에 대한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최근 군참모총장을 전격 해임하고 군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고 있는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남부도시가 시위대에 점령된 것은 군의 방조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필립 미첼박사는 『열악한 처우에 불만이 누적된데다 기강마저 해이해진 군은 의외로 쉽게 시위대와 합류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부 군인들은 남부지역의 여러도시에서 시위대에 제멋대로 발포하는가 하면 헬기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난폭한 행동으로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