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勳기자] 검찰이 수사착수 4일째인 30일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소환조사함으로써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정총회장을 소환한 것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배임 △상호신용금고법위반 등 수면위에 드러나 있는 범죄혐의만으로 정총회장을 우선 구속한다는 내부전략에 따른 것이다. 검찰의 의도는 우선 정총회장의 발목을 붙들어 놓은 다음에 이 사건의 수면밑에 잠복하고 있는 대출과정에서의 금융계와 정치권에 대한 로비의혹을 전면적으로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착수 직후 한보그룹의 자금업무를 담당해온 金鍾國(김종국)전 그룹재정본부장 등 임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정총회장에게 당장 적용이 가능한 범죄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해 왔다. 검찰이 가장 우선적으로 정총회장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죄목은 특경가법상 사기죄. 변제능력이 없으면서도 무리한 자금동원을 위해 융통어음을 남발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쓰기 위해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아낸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사기죄 적용에 어려운 점도 있다.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한보철강에 장래성이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돈을 대주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속아서 돈을 빌려주다가 떼였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한보철강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원래 용도인 당진제철소 공장시설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를 인수하는 자금으로 유용한 횡령혐의다. 특히 검찰은 자금담당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정총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했었다』는 진술을 확보, 이 부분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있다. 검찰은 한보그룹이 한보철강 때문에 자금압박을 받으면서도 △94년이후 상아제약 등 13개 계열사 인수 △시베리아가스전 개발사업참여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당액수의 대출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정총회장은 한보철강 대표와 공범으로서 한보철강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한보철강에 손해를 끼친 횡령 및 배임죄의 적용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한보상호신용금고에서 4백33억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다. 이는 상호신용금고법상 출자자에 대한 대출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경우 법정형량이 징역6월 또는 벌금 5백만원 이하로 처벌수위가 낮다. 검찰은 당좌수표의 부도부분도 해당법인의 대표이사가 처벌대상이지만 사실상 정총회장이 수표발행을 결재했다면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일단 드러나 있는 것만 해도 4,5개의 죄목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검찰은 정총회장을 조기에 소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을 조기처리하는 것은 「작은 고지」 하나를 점령한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수사는 「험난한 주봉(主峰)」을 점령하기 위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