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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로 인한 우울증-불면,『과거잊고 새설계하라』

입력 | 1997-01-28 20:25:00


[羅成燁기자] 조기 명예퇴직 붐이 일면서 노인 뿐 아니라 일부 40대 퇴직자에게도 「노인성 정신질환」이 나타나고 있다. 노인성 정신질환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지위상실과 함께 무력감에 사로잡히는데 큰 원인이 있다. 은퇴시기가 제각각이어서 노인성 정신질환도 사람마다 다른 시기에 나타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설명한다. 서울중앙병원 김헌수교수(정신과)는 『남성은 55∼65세, 여성은 50∼60세경부터 정신적 노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한다』며 『최근 명예퇴직을 당한 40,50대 남성들도 노인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정신분열 수면장애 강박증 등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두통 소화불량 변비 가슴통증 등 정신문제로 인한 신체증상은 그 원인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의사들은 △기분이 좋다가도 금방 우울해지고 △쉽게 화를 내거나 적개심을 나타내고 △늘 피곤해 하거나 △가스 밸브나 문을 잠근 후에도 서너번씩 다시 확인하고 △두통 변비 소화불량이 자주 나타나면 일단 노인성 정신질환을 의심해 보라고 말한다. 노인을 괴롭히는 것으로는 사회적 지위의 상실, 퇴직, 자식의 분가, 배우자의 질병이나 사망, 본인의 신체질병 등이 있다. 김교수는 『이들 요인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물려 노인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말했다. 「조퇴」 「명퇴」당한 남성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지만 성장한 자식과 노부모, 부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삶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인과교수(정신과)는 『노인들에게 가장 흔한 정신질환은 우울증이지만 치매나 정신분열과는 달리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 잘 모르고 식욕과 기력 저하 등으로 합병증이 생겨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과거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인생을 다시 설계할 것을 권한다. 실의에 빠져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보다 당장 현실성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사업구상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집안일을 함께 하거나 노인학교 교회 절을 찾아 삶의 의욕을 가다듬는 게 우울증 예방에 좋다.특히 사회봉사는 노인들에게 새삼스레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해줘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역할. 의사들은 『노인과 명퇴자들의 우울증은 가정이 불안할 때 결정적으로 심해진다』며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병은 어쩔 수 없지만 「노인성 정신질환」처럼 외부 자극으로 생기는 문제는 가족이 함께 노력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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