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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로비행태/「수서」수사팀 폭로]

입력 | 1997-01-26 20:07:00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여야의원 5명, 고위공무원 9명과 함께 구속된 지난91년 수서택지분양 특혜의혹사건을 수사했던 관계자들은 정씨의 정관계(政官界)로비수법에 대해 「돈질의 귀재」라며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큰 「돈질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수서사건 수사과정에서 정씨는 『사업하는 사람들 중에는 1백억원을 얻기 위해 1억원도 안쓰는 사람이 있으나 나는 90억원을 쓸 수도 있다. 앞을 내다보고 1백10억원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5조원의 금융대출이 문제되고 있다. 당시 수사팀이 『여야의원과 고위공무원들을 무더기로 구속되게 하고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계속하려 하느냐』고 묻자 정씨는 『그 정도 구속은 얼마든지 감당할 자신이 있다』고 답변, 든든한 뒷심을 과시했다. 정씨는 또 『그 사람들(구속된 의원들)은 죽어도 싸다. 돈을 받고도 값을 못했다. 동료들이 국회에서 떠들면 막았어야 했는데 가만히 있었다. 적극적으로 막았으면 돈을 더 줄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정씨는 업무에 직접 관계되지 않는 정관계인사도 장차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무차별 로비를 했다. 당시 중앙부처 L국장은 수서택지분양과는 무관한데도 정씨는 L국장과 친한 한보그룹임원과 함께 『커피나 한 잔 하러 왔다』며 사무실로 찾아가 「커피값」이라며 1천만원 봉투를 내놓고 갔다. L국장은 수사과정에서 『1백만원쯤 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1천만원이나 들어있어 나도 깜짝 놀랐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유력인사 경조사때도 예상액수보다 「0」이 하나 더붙은 부조금을 내놓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서사건때 정씨는 여야의원들을 호텔객실에서 1대1로 만나 1백만원권 수표로 한번에 3천만원부터 2억원까지 든 봉투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여야할 것없이 상당수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자금이 흘러갔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두번의 옥고 경험과 금융실명제 때문에 정씨의 로비수법이 훨씬 교묘해졌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자들은 『수서사건때 정씨는 이미 꼬리가 잡혔거나 사태수습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소한의 사실만 털어놓고 그 이상은 일절 함구했다』며 『이것이 그의 재기비결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서사건때도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관련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그는 침묵을 지켰고 4년후인 95년 노씨비자금사건이 일어나 수사를 받게 되자 이를 시인했을 정도다. 〈林彩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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