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채널리뷰]KBS일요스페셜 「잊혀진… 나전칠이야기」

입력 | 1996-11-04 20:24:00


「李元洪 기자」 3일 밤 8시에 방영된 KBS1 일요스페셜 「잊혀진 대역사 메구로가조엔의 나전칠이야기」는 잊혀져가는 우리 나전칠기 예술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노작이었다. 메구로가조엔은 결혼식장 음식점 요정 호텔 등이 함께 들어서있는 일본 최고급 복합연회장. 2백여개의 방에는 일본대표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개를 이용한 나전칠장식들. 일요스페셜은 이 나전칠기 장식품들을 완성시킨 것이 한국의 장인들임을 알려준다. 지난 31년 메구로가조엔의 시공이나 88년의 복원공사 때 이곳의 핵심인 칠 장식품은 한국장인의 솜씨로 이루어진 것이다. 제작진은 그러나 소중한 전통 예술을 다루는 한 일 양국의 자세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나전칠의 유용함과 아름다움을 현대에 응용한 것은 바로 일본이며 정작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는 나전칠이 잊혀져가는 예술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잦은 망언과 비하에도 불구하고 문화부문에 있어서만은 자신들이 배울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요스페셜은 그러나 일본 최고의 명품중 하나를 남긴 장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우리의 문화적 우월감을 은연중 과시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조개라는 자연물로 어느 미술품보다 화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나전칠의 환경친화적인 요소, 그리고 소반이나 장롱등의 장식에 머물렀던 나전칠이 엘리베이터나 건물의 대형벽화 등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소개함으로써 나전칠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 점은 새로운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