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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130달러 갈수도”…인플레-유가 급등 ‘세계경제 이중쇼크’

“기름값 130달러 갈수도”…인플레-유가 급등 ‘세계경제 이중쇼크’

Posted April. 15, 2024 08:09,   

Updated April. 15, 20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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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첫 본토 공격으로 중동전쟁의 확전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미 비상이 걸린 인플레이션에 유가 급등이 더해지는 ‘이중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든 상태에서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불안은 세계 경제를 연착륙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는 치솟는데 경제는 침체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임박 보도가 나온 12일(현지 시간) 오스턴 굴즈비 미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동에서의 확전은 “연준에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도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경제·안보회의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각각 열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 유가 ‘최악의 시나리오’ 치닫나

지난해 10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란의 직접 참전이 아닌 ‘대리전’ 형태가 이어지자 올해 1월 초 70달러대까지 떨어졌었다.

13,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 연관 선박 나포로 상황이 달라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벤 카힐 시니어 펠로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 대립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며 “(후티 반군이 공격한) 홍해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항로가 없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럴당 100달러는 훌쩍 넘을 것이라고도 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석유 2100만 배럴이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21% 수준이다.

이미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근원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영사관 공격이 전해진 이달 1일 배럴당 87달러 선까지 뛰었고, 12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중 92.18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장중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의 재보복으로 인해 사실상 중동 전역으로 전장이 확전되는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1973년 4차 중동전쟁이 1차 석유파동과 10년 이상의 세계경제 장기 침체를 불러온 것처럼 세계 원유공급망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4차 중동전쟁 때처럼 석유 금수 조치가 이뤄지면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 “韓경제, 고환율-고유가-물류 위기까지”

50년 전과 다른 점은 미국이 주요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 해도 각국이 인플레이션 전쟁의 막바지에 있는 점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의 6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갔다고 시장이 내다보는 상황에서 중동전쟁 확전으로 인하 시점이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미국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5분 기준 달러화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폿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지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엔화 가치 하락률은 1.26%에 그쳤고,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1.69%)이나 이스라엘 셰켈(―1.54%)의 하락 폭도 원화보다는 작았다.

고환율,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운송까지 차질을 빚게 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또다시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