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식카드로 부모가 술이나 담배 등을 구매하며 부정하게 쓴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아동이 숨진 후에도 부모가 급식카드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보건복지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의 결식 예방을 위해 지정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발급되는 카드다. 한 달에 30만 원이 충전되며, 지난해 지원 대상 27만3000여 명 중 약 15만 명이 이용했다.
정부가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시군구 1곳씩을 선정해 지난해 1∼8월 카드 이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인천·부산·광주를 제외한 13개 지역에서 아동 식사와 무관하게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한 부모는 중학생 자녀에게 지급된 급식카드를 자신이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매일 3만 원씩 결제해 4년간 총 1295만 원을 빼돌렸다. 이와 같은 허위 결제로 총 55명이 적발됐다. 또 술집, 학원, PC방 등 식사와 관련이 적은 업종에서도 급식카드 12억4762만 원이 결제됐다. 심야 시간(오후 10시∼오전 6시)에 결제된 금액도 93억 원에 달했다.
결식아동의 시설 입소나 사망, 학교 졸업 등이 반영되지 않아 급식카드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부모의 학대로 아동이 부모와 분리돼 보호시설에 입소하거나 아동이 사망한 후에도 부모가 식사비 등으로 급식카드를 사용했다.
결식아동이 급식카드에 충전된 비용을 다 쓰지 못하고 자동 소멸된 금액은 2024년 기준 171억 원이었다. 전체 충전금액(2207억 원)의 7.8% 수준이다. 아동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해 급식카드 이용을 꺼리거나 사용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급식카드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술, 담배 등 금지 품목 결제 제한을 편의점에서 일반 마트로 확대하고, 식사와 무관한 업종은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아동의 신상에 변동이 생긴 경우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에게 바로 알릴 예정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