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일자리의 대명사인 상용 근로자 수가 2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상용 근로자는 1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다. 외환위기의 영향권에 있었던 1999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상용직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1년 이상 계약직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된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이어지던 상용직 증가세가 꺾였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 엔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뜻이다.
고용 한파의 영향은 2030 청년층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20, 30대 상용직은 19만7000명이나 줄었다. 제조업에서 2030 상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자리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채웠다. 정보통신업에선 20대 상용직이 5만7000명 감소한 대신 30대는 늘었는데 기업들의 경력 선호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30대에선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7만6000명이나 상용직 일자리가 줄어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대의 경우 상용직은 줄고 일용직이 3만3000명 늘어나 고용 형태가 점점 불안정해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16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이란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의 채용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AI의 일상화라는 거대한 기술적 전환 흐름까지 맞물려 전쟁 종결 이후에도 일자리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일자리가 증발하는 현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껏 신사업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낡은 노동 규범을 AI 시대에 맞게 유연화하는 노동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민생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결국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