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올림픽마저 ‘전통’을 허물었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경기장 명명권을 판매해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경기장의 명명권을 기업에 파는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경기장 명명권 판매를 금지해 왔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도 일본 식품기업 ‘아지노모토’가 명명권을 가지고 있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올림픽 기간엔 ‘도쿄 스타디움’으로 불렀다.
그러나 IOC는 이번에는 LA 조직위의 경기장 명명권 판매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치솟는 대회 개최 비용을 감당하고 정부 지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통을 깨기로 결정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에 대해 “이번 변화는 IOC 내부에서 수년간의 논쟁 끝에 나왔다. 경기장 명명권이 미국 스포츠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LA 조직위는 이미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 미국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와 경기장 명명권 계약을 마쳤다. 현재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팀 애너하임 덕스 안방구장인 ‘혼다 센터’는 올림픽 기간에도 같은 이름을 유지한 채 배구 경기를 치른다.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설치하는 스쿼시 특설 경기장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컴캐스트 스쿼시 센터’로 불리게 된다.
LA 조직위는 최대 19개 임시 경기장의 명명권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 경기장 내부 광고를 금지하는 ‘클린 베뉴(Clean Venue)’ 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 조직위는 “역사적인 변화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IOC가 지지해준 덕에 우리는 큰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IOC는 이번 LA 올림픽 경기장의 명명권 거래를 ‘시범 사업’으로 규정하며 향후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IOC는 “앞으로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 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 따져볼 것”이라며 “경기장 명명권 판매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