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핵잠)을 위한 별도의 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미가 군사용 핵물질의 이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협정을 맺고 한국이 핵잠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간 이견과 미국 내 반대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핵잠 건조 후속 협상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핵잠 협력과 관련해 양측 간에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16∼22일 미국 캐나다 일본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와 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원자력법에 따라 군사용 핵물질의 해외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핵잠용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두는 별도 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잠 연료 공급을 승인했다. ‘오커스(AUKUS) 협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잠을 공급받기로 한 호주도 별도 협정을 맺고 군용 특수 핵물질 이전을 허용받았다.
핵잠 별도 협정과 함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원자력협정도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의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위 실장은 “내년 초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미국 측의 실무 대표단이 방한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상의 안보 분야 사항을 사안별로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남북 교역 중단 등을 담은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조치 해제에 대해선 “그것도 조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우선순위와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 내 ‘자주파’(남북관계 중시) 대 ‘동맹파’(한미동맹 공조 중시) 간 갈등 논란에 대해선 “미국, 일본에서도 알고 있다”며 “어떨 때는 어느 것이 한국 정부 입장인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견해는 있을 수 있고,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면서도 “대외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