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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한밤 여객선 좌초

“세월호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한밤 여객선 좌초

Posted November. 21, 2025 07:23,   

Updated November. 21, 2025 07:23


19일 오후 8시 17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됐다. 제주에서 전남 목포로 향하던 이 여객선은 항로를 벗어나며 암초에 걸렸고 뱃머리가 무인도인 족도에 올라선 채 멈춰섰다. 이번 사고는 2014년 참사 지점에서 불과 50㎞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무사히 승객 전원이 구조됐지만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온 국민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금까지 해경 수사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 사고 원인은 항해사 과실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지점인 전남 신안 앞바다는 1025개의 크고 작은 섬이 모여 있어 비좁은 구간을 오가야 하는 곳이다. 이런 협수로 구간에선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항해사가 수동으로 배를 조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항해사가 자동항법장치를 켠 채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변침 시점을 놓쳤다. 조타수인 외국인 선원 역시 이를 지켜만 봤고, 규정상 조타실에 있어야 할 선장도 자리를 비웠다. 사고 선박은 원래 항로에서 3㎞가량 벗어나 족도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썰물로 펄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어둡고 추운 밤바다에서 일어난 공포스러운 사고였지만 시민 의식은 돋보였다. 해경의 구조 과정에서 승객들은 어린이와 노약자부터 함정에 태우고 질서 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승무원들은 세월호 때와 달리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들을 안내했다. 전남 신안군 장산면사무소 직원과 어민들은 승객 30명이 탈 수 있는 큰 어선 1척을 운항해 사고 해역으로 달려갔다.

이번 사고를 보면 여객선들이 평소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거나 자주 조타실을 비우는 등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 당시처럼 신고가 들어오기까지 여객선의 항로 이탈을 파악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설마’ 하고 안전을 경시했던 감독 당국, 선사, 선원, 해경 등의 안일함이 쌓여 30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불러왔다. 아찔했던 이번 사고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의 안전 의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