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관세 협상의 국회 비준, 협상팀에 모래주머니 채우게 될 수도

관세 협상의 국회 비준, 협상팀에 모래주머니 채우게 될 수도

Posted November. 18, 2025 08:33,   

Updated November. 18, 2025 08:33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발표된 이후 협상 결과를 국회가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팩트시트가 국가 간 조약이 아닌 양해각서(MOU)여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정해 사후 조치를 하자고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팩트시트가 조약은 아니지만 ‘중대한 재정적 부담’ 및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것’ 모두 포함돼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8년 한미 간 ‘전략물자 및 기술자료 보호에 관한 MOU’ 등 MOU에 대해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친 전례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사안이 아닌 관세, 외교, 안보 등의 포괄적인 내용이 망라된 이번 MOU 전체를 한꺼번에 비준하면 장기간 이어질 이른바 ‘포에버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어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국회 비준을 받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해 향후 미국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의무적 이행이 불가피해 족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합의 상대국인 미국은 물론 앞서 미국과 비슷한 합의를 한 일본이나 유럽연합(EU)도 의회 비준을 거치지 않았다. 추후 협상을 통해 기존안보다 실리를 더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 협상팀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비준이냐 아니냐는 형식에 얽매여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순 없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대미 투자기금 조성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한 만큼 후속 조치를 마냥 미룰 순 없다. 특별법 제출이 이달을 넘기면 자동차 업계에 매달 3000억 원의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다. 정략적 접근을 지양하고 수출 주력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미 투자로 국내 산업기반이 악화하지 않도록 입법적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