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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도 못 올린 아내는 주저앉았다… “부지런히 일만 하던 사람”

결혼식도 못 올린 아내는 주저앉았다… “부지런히 일만 하던 사람”

Posted November. 08, 2025 07:19,   

Updated November. 08, 2025 07:19

결혼식도 못 올린 아내는 주저앉았다… “부지런히 일만 하던 사람”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이 흐르던 빈소는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장례식장에는 전날 남구 동화동 한국동서발전 내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빈소가 차려졌다. 전 씨의 친척은 “(전 씨는)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 살면서 일용직 근로자로 지방 출장을 다녔다. 전 씨는 정육점을 운영하다가 벌이가 안 좋아지자 문을 닫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찾던 중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일용직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계약직으로 일감을 구해서 울산까지 왔다가 변을 당한 것.

전 씨의 소식에 아내는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 유가족들은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억장이 무너진다”며 “뉴스에서 이런 사고 볼 때마다 앞으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고 분통해 했다.

이날 매몰 사고 현장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도착하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으로 들어선 유족들은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며 오열하다 황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기자에게 “아들이 매몰됐는데 사고 현장이 어딘지 아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사고 피해자들은 30∼60대 남성으로, 30세 청년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울산=천종현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