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단속 비웃는 범죄조직, 베트남 접경으로 야반도주

단속 비웃는 범죄조직, 베트남 접경으로 야반도주

Posted October. 20, 2025 07:33,   

Updated October. 20, 2025 07:33

단속 비웃는 범죄조직, 베트남 접경으로 야반도주

18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남부 국경도시 바베트. 베트남 국경 검문소 인근 식료품점 앞에 지프 1대와 승합차 2대가 잇따라 멈춰 섰다. 트렁크에는 PC 모니터와 데스크톱 본체 10여 대가 실려 있었고, 차량 안에는 현지인과 다른 피부색의 여성들이 짙은 화장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인근 주민은 “이 지역은 정전이 잦아 컴퓨터를 쓸 일이 거의 없다”며 “저런 사람들은 대부분 로맨스 스캠과 같은 온라인 범죄에 동원되는 중국계 조직원”이라고 귀띔했다.

프놈펜, 시아누크빌 일대에 몰려 있던 온라인 사기 조직이 최근 단속을 피해 바베트 등 캄보디아 국경 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국경을 넘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당국과 합동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핵심 조직은 인접국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검거와 피해자 구조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기자가 찾은 바베트는 프놈펜이나 시아누크빌 등지에서 도주한 조직원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통했다. 국경을 넘으면 곧바로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까지 약 66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로 1시간 남짓이면 이동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검문소 주변 도로에는 국경을 오가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검색대 앞에 선 10명 중 3명가량은 현지인과 피부색이 달랐고, PC 등 장비를 다수 가지고 있었다. 한 바베트 주민은 “상당수는 대형 웬치(범죄단지)에 있던 중국계 조직원들”이라며 “검문검색을 피해 국경을 넘는 속칭 ‘개구멍’이 곳곳에 있고, 베트남으로 야반도주, 밀입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달 7일 베트남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한국인 여성도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던 중 바베트 인근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 64명은 경찰 조사를 통해 조직 연계 여부와 피해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베트=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