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6일(현지 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일본 차는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는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자동차가 누려온 ‘관세 우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7월 30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15% 자동차 품목 관세율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실제 적용이 미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고율 관세에 신음하던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 역전’으로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한층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미 미국 시장에선 수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대미 수출액은 20억9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급감했다.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42.6%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미국에서 관세 부과 영향 등으로 수출 부진을 피하지 못한 것.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와 한일 관세 역전이라는 겹악재로 한국 자동차 업계가 초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10월부터는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도 종료될 예정이다. 친환경 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오던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에는 적잖은 타격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조지아 공장(HL-GA)에 대한 미국 이민 당국의 급습까지 겹치면서 현지 생산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일단 자동차 업계는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8월 유럽연합(EU) 수출은 54% 증가한 7억9200만 달러, 기타 유럽 지역은 73.2% 급증한 5억4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유럽 시장에서는 다행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업계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유럽 수출 증가만으로는 대미 수출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도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는 출혈 구조가 될 것”이라며 “완성차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위태로워졌다”고 경고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