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황은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 대상으로 집전한 첫 미사와 다음 날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로서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미사에서 오늘날 기독교 신앙이 “어리석고, 연약하고, 지성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우리의 선교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노드홀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자”며 1960년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단행된 주요 교회 개혁의 의지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교회가 현대 사회의 문제와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선언 등을 일컫는다. 교황은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겸손한 종일 뿐”이라며 교황은 봉사의 자리라고도 했다.
레오 14세를 교황명으로 택한 건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한다는 뜻”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사상 최초로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 평가 받는다.
교황은 인공지능(AI)을 인류가 마주한 주요 숙제로도 지목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또 다른 산업혁명, 즉 AI의 발전에 직면했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보호하는 데 있어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사진)은 9일 바티칸 집무실에서 콘클라베에 참여한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콘클라베’ 같은 야합은 없었다”며 “선출 과정이 정치적 투쟁처럼 묘사되나,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과 업무 회의로 월 2회 이상 꾸준히 만나 왔다”며 “과거 방한했던 경험이 ‘좋았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레오 14세는 2002∼2010년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유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출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고 전했다. 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추기경들의 밝은 표정에 대해선 “(성 베드로 광장이) 휴대전화로 찍고 싶을 정도로 축제 분위기여서 (추기경들도) 신이 났다”고 설명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이지윤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