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분기보다 뒷걸음질치며 ‘역(逆)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으로, 외환위기에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무너지며 1년간 사실상 경제 성장이 멈췄다는 의미다.
24일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2월 제시한 공식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분기별 성장률은 작년 2분기(―0.2%) 이후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다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0.1% 성장에 그친 바 있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 멈춤’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
부문별로 보면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투자의 역성장(―3.2%)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설비투자 감소 폭(―2.1%)도 컸다. 내수도 크게 부진해 오락, 의료, 문화 등 민간소비 성장률이 ―0.1%에 그쳤고, 수출도 1.1% 줄었다. 내수 침체에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발 관세 공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방미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현지 시간) CNBC 인터뷰에서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가 낮아졌다”며 “(대선으로) 경제 심리와 소비, 투자가 얼마나 회복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경제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4∼6월)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0.8%)를 밑돌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경제 상황 인식, 대응 방법 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돼 왔는데 경제팀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조기 추경만 집행했어도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우석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