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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 3개월 ‘분열의 일상화’

Posted March. 03, 2025 07:17,   

Updated March. 03, 20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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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 3개월 ‘분열의 일상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둔 가운데 1일 서울 곳곳에선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면서 민심이 충돌했다. 탄핵 찬반 집회에 대거 참여한 여야 정치인들은 혐오 발언과 음모론으로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며 한국 사회가 갈등의 블랙홀에 빠진 가운데, 헌법 정신의 뿌리가 된 3·1절이 선동 정치로 얼룩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1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엔 총 11만8200명이, 경복궁 앞과 헌재 인근의 탄핵 찬성 집회엔 총 3만 명이 몰렸다. 아스팔트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을 향한 극단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단에 선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를 향해 “모두 때려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서신에서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헌법재판관)을 즉각 처단하자”고 했다. 지지층에게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과 보복 행동을 부추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찬성 집회에서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저는 아마도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밥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이른바 ‘백령도 작전’을 언급하며 지지층을 자극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지X 발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갈등과 분열은 대학가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3일로 비상계엄 발동 석 달째를 맞지만 윤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고 탄핵소추를 “거대 야당의 내란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탄핵 찬반 갈등이 ‘뉴노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의 일상화로 인해 우리 사회엔 현재 양자 간의 논의도, 봉합을 위한 노력도 없는 심리전 내전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가 기능을 저해하고 정치적 무능, 사회적 불능 상태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