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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피크 코리아’ 경고… 그 해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쏟아지는 ‘피크 코리아’ 경고… 그 해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Posted February. 03, 2025 09:09,   

Updated February. 03, 20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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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대한민국에 수식어를 붙여 본다면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1960년대 한국은 ‘보릿고개 극복’이 어울릴 듯하다. 단군 이래 처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1980년대는 ‘민주화 쟁취’, 2000년대는 ‘정보기술(IT) 혁명의 우등생’ 정도가 어떨까. 후진국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했고, 세계적인 IT 기업을 여럿 배출해 냈다.

만약 50년 후의 한국인이 2020년대 지금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할까. 아직 2020년대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조만간 생산인구가 줄어든다. 잠재성장률은 1%대로 하락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라 자조한다. 인공지능(AI) 혁명에 한국 기업의 이름은 없다. 어쩌면 후세는 2020년대 한국의 수식어로 ‘쇠퇴의 시작’을 꼽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개인의 공상만은 아닌 모양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상경계열 교수 111명에게 “‘피크 코리아(Peak Korea)’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피크 코리아는 지금이 한국의 정점이며 앞으로 쇠퇴할 것이란 뜻이다. 10명 중 7명(66.7%)이 “동의한다”고 했다. 교수들이 상당수 동의할 정도로 이미 우리의 쇠퇴 징후가 뚜렷해진 것이다.

한국의 쇠퇴와 그 이후 대응은 일종의 ‘오픈북 시험’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모두 나와 있다. 이 조사에서 교수들은 한국 쇠퇴의 원인을 크게 3개로 꼽았다. 순서대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41.8%) △성장동력 부재(34.5%) △노동시장 경직성(10.8%)이다. 여기에 하나 더 들자면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기존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꼽힐 것이다. 한 전자기업 경영자는 기자와 만나 “지금 한국은 전기차뿐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 모든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다. 중국이 따라오는데 대응할 게 없다”고 개탄했다.

원인이 뻔한 만큼 대응 방안도 ‘오픈북’이다. 위의 교수 111명은 쇠퇴를 막을 방법으로 △기업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촉진(34.3%) △규제 개선(22.8%) △신산업 진출을 위한 이해 갈등 해소(13.8%)를 꼽았다. 실제 이대로 실천만 하면 쇠퇴로 향하는 큰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특히 ‘R&D 촉진’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규제 개선과 이해 조정 등은 R&D를 위한 부대조건에 가깝다. R&D 투자가 산업 흐름을 바꾼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일본 기업들에 의해 자국 반도체 산업이 공멸할 위기에 처하자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반도체 R&D 컨소시엄 ‘세마테크(SEMATECH)’를 설립했다. 여기서 인텔의 PC 프로세서 표준과 퀄컴의 LTE 모뎀 칩이 나왔고, 미국이 지금도 세계 반도체 패권을 쥐고 있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우리의 정치 체제를 바꿔 보자는 주장이 나온다. 역사적 소임을 다한 5년 단임제 대신 의원내각제 도입 등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왕 시스템을 뜯어고칠 거라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미래 유망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쇠퇴의 시작’을 막을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