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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반쪽 진료’… “중환자 볼모 삼아”

서울대병원 ‘반쪽 진료’… “중환자 볼모 삼아”

Posted June. 18, 2024 07:50,   

Updated June. 18, 2024 07:50

서울대병원 ‘반쪽 진료’…  “중환자 볼모 삼아”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이 17일 예고한 대로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첫날 휴진 동참률은 병원마다 달랐지만 당초 예고된 55%에 다소 못 미치는 10∼50% 수준으로 파악됐다.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일부 고령 환자들이 문자로 전달된 진료 변경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2년 전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은 김명선 씨(60)는 “진료를 6개월 기다렸는데 17일로 예정됐던 진료가 다음 달 5일로 연기됐다. 떼야 할 서류도 있고 혹시나 해서 왔는데 진료는 못 받았다”고 했다.

휴진 소식에 불안한 환자들이 예약 시각보다 일찍 병원을 찾기도 했다. 충북 괴산군에서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콩팥병 환자 안모 씨(64)는 “오후 1시 반 진료인데도 오전 8시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중환자를 볼모로 잡는 집단 휴진은 파렴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휴진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진료실을 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오는데 갑자기 예약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소속 교수 절반가량이 진료 축소 등으로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가 걱정했던 것만큼 줄어들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에 위탁 운영 중인 보라매병원의 경우 휴진율이 10% 미만이어서 별다른 조치를 안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이날 휴진 선포식을 갖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상 행정명령 취소와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교수들은 일단 22일까지 예약된 진료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례회동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계 불법 진료 거부에 대한 비상 대책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신분이 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들은 법적으로 집단행동을 할 수 없는 만큼 대학 차원에서 징계 등을 취할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는 집단 휴진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집단 휴진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약 2만 명(신고 인원)이 참여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한다. 정부는 의협이 법적으로 금지된 담합을 개원의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17일 신고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